핀셋 보급.

오랜만에 핀셋을 개비했습니다.
모형툴 계의 에르메스, 샤넬인 궁극과 스지보리도 못지않게 좋은 툴을 만드는 시모무라 알렉이라는 제조사 제품이구요.
 
 
 

아마 이거 써본 적은 없어도 한 번쯤 보신 적 있을텐데요.
 
 
 

바로 이 시리즈를 탄생시킨 메이커 되겠습니다.
호오~ 왜 이런 생각을 왜 못했지? 싶은 단순하면서 신박하고 유용한 것들을 많이 만든 곳이구요.
 
최근 모형계엔 중국산 짭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Meng이나 DSPIAE 같은, 꼴에 고가(중국산 치곤)라면서 고급화 브렌딩 전략으로 비싸게 내놓고 있기도 하지만 죄다 일본 제품의 아이디어 표절인 카피인데다 그마저도 퀄리티는 조악합니다.
 
 
 

사포같은 소모품들이야 대충 아무거나 써도 되겠지만 재료의 탄탄한 근본 기술을 요구하는 툴 쪽은 아무리 싼맛이라고 해도 쉽사리 쓰게 되지 않는 영역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개취의 영역인 게 바로 핀셋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저 역시 핀셋 유목민으로 오래 살았고 여러가지를 구입해서 써보게 됐습니다. (몸값 좀 나가는 놈들이네요)
 
사진은 좌측부터... (정확한 제품명은 기억이 안 나요 ^^a")

1. 타미야 - 에칭 폴딩용
2. 시모무라 알렉 - 1.3mm
3. 루비스 - 납작 둥근 머리
4. 루비스 - 약간 굽은 정밀 곡핀셋
5. 미스미(아마도?) - 일반 핀셋
6. 호잔 - 정밀 핀셋
7. 타미야 - 정밀 핀셋
8. 타미야 - 정밀 곡핀셋

저것들 말고도 자성이 있어서 못 쓰고 처박아 놓은 게 몇 개 있구요.
하나씩 설명을 좀 해보자면...
 
 
 

좌: 루비스 정밀 ❘ 우: 호잔 정밀

요건 4번과 6번인 초정밀 핀셋들입니다.
만듦새나 마감, 교합은 상당히 좋은데 오브제를 잘 못잡고 있어서 아주 계륵같은 놈들. ㅡㅡ;
진짜 돈 아까와서 도색하다가 먼지 앉은 거 건저 올리는 용도로라도 쓰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그마저도 시원찮아요. ㅋㅋㅋㅋ
자세한 얘기는 저~ 밑에 따로 설명할께요.
 
 
 

타미야 정밀 핀셋 - 좌: 신형 ❘ 우: 구형

이건 두 개 다 타미야의 정밀 핀셋인데 우측이 십수년 동안 원래 쓰던 거고 좌측(첫 사진엔 없음)이 나중에 새로 구입했던 거구요.
신형이 더 굵기도 하고 재료가 바뀐 건지 자성을 띄고 있어서 전혀 쓰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낡은 놈을 그냥 구부러지던지 말던지, 힘줘서 꺾거나 비틀거나 밀고 당기거나 할 때에도 막 쓸 정도로 험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튼튼하긴 하네요. ㅎㅎㅎㅎ
 
 
 

좌: 루비스 둥글납작 헤드 ❘ 우: 타미야 에칭 접기용

좌측은 데칼 작업할 때 사용하고, 우측은 당연히 에칭 작업할 때 쓰는데 요즘은 이것들도 아주 가끔 쓰고 있습니다.
 
 
 

좌: 미스미 일반 ❘ 우: 타미야 곡핀셋(정밀)

미스미 껀 진짜 막 쓸 용도로 사서 거의 안 썼었는데 최근 RC카 만들 때 맘편히 험하게 잘 써먹고 있네요.
그닥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제품이라서... ^^a"
타미야 핀셋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핀셋이라곤 타미야 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구장창 많이 썼었는데 최근 몇년 동안은 한 번도 안 쓴 거 같구요.
 
 
 

시모무라 알렉: HG Tweezers -Bill (Flat point Type)

드디어 나왔네요. 저의 최애 핀셋.
시모무라 알렉이라는 일본 제조사 제품인데 이놈이 아주 물건입니다.
끝 폭은 1.3mm로 넓고 얇은데 그걸 받쳐주는 몸통 두께가 두껍고 튼튼해서 리벳 작업할 때 쓰는 초소형 강구도 잘 잡고있고, 얇고 넓어서 데칼 작업하기도 좋고, 심지어 튼튼하기 때문에 에칭 접을 때에도 종종 씁니다.
티타늄이라 빈번한 마찰에도 자성 걱정 없는 것도 편하죠.
 
그렇다 보니 요즘은 이거 하나만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다 하게되고 다른 것들엔 거의 손이 안 가더라구요. ^^a"
 
 
 

시모무라 - 좌:0.3mm 정밀 ❘ 중: 0.5mm ❘ 우: 1.3mm

그래도 쓸만한 정밀 핀셋 하나랑 일반 핀셋 하나는 따로 있는 게 좋겠다 싶은 마음에 같은 제조사 제품을 뒤져서 두 개 구입했구요.
좌측이 정밀 핀셋인데 가운데 0.5mm 짜리가 더 뾰족해 보이네요.
 
 
 

좌: 0.3mm ❘ 우: 0.5mm

실전 테스트로 강구를 잡아 봤습니다.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무거운 DSLR을 교차해서 잡고 찍었는데요.
이런 어려운 동작을 하고 있어도 역시 편하게 집어 올릴 수 있고 아주 잘 잡고 있습니다.

 
저~ 위에 루비스와 호잔 정밀 핀셋이 왜 무쓸모냐면요.
이럴 때 못 잡고 있고 틱! 하고 팅겨 나가거든요.
심지어 얇은 에칭도 잘 못잡고 있어서 접착제 발라야 되는데 막 빙글빙글 돌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 두 핀셋으로 이런 사진 찍으려고 하면 열에 아홉은 팅겨나갑니다.
 
쉬운 예로 복사용지 한쪽을 핀셋으로 잡고서 종이를 빼면 아무리 꽉 잡아도 맥없이 스륵~하고 빠지지만, 이 제품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꽉 잘 물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바로 이 두께에 있는데요.
두툼한 바디의 절묘한 위치에서 끝단으로 가면서 얇아지는 게 포인트.
루비스나 호잔같은 전체적으로 얇은 제품들은 집었을 때 끝이 미묘하게 휘어지는데 그 미묘한 휘어짐 때문에 붙잡고 있기가 힘들어 지는 거...
처음 잠깐 집어 올리는 건 가능해도, 저처럼 손 떠는 사람들은 옮기려다가 틱! 하고 팅겨나가기 쉽거든요.
 
탄탄하고 듬직하게 정밀 작업도, 거친 작업도 잘 해내는 좋은 제품입니다.
비싸지만 저에겐 제대로 돈값하는 제품이랄까요. ^^a"
 
 
 

그리고 요런것도 하나 사봤습니다.
같은 시모무라 알렉 제품인데 평범하게 생긴 이걸 왜 또 샀는고 하면...
 
 
 

평범하지 않거든요. ^^a"
끝이 요렇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게 이탈 방지나 미끄럼 방지의 역할도 하지만...
 
 
 

야스리이기 때문에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데헷~ ^^*
야스리 기능은 아직 써보진 않았지만, 미끄럼 방지 기능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제품이라...
 
작업할 때 마다 맨날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 후레쉬 키고 깨알보다 작은 거 찾으면서 "ㅅㅂ 어디 좋은 핀셋 없나..."라고 투덜거렸는데 이렇게 드디어 핀셋 유목민에서 졸업한 거 같아 기분이 아주 홀가분 합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모형생활 되세요~